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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치과 피카소 거울앞의 여인

조슈아하 2015. 9. 16. 13:09

갤러리 컨셉으로 인터리어를 했던 외대 빛치과 대기실에 7년 동안 걸려 있었던 작품이다. 가까운 지인이 기증했던 선물로 가장 아끼는 녀석이다. 에딘버러대학교에 복학하려던 내 계획을 듣고 몇년 전 아내는 병원을 접는 어려운 결단을 했었다. 가족과 함께 다시 영국을 가려했을때 피카소의 '거울 앞의 여인'은 갈 곳을 잃어버렸고 그림의 운명과 더불어 나 또한 잠시 길을 헤맸다.



3년 전 이맘 때였던가. 아내는 다시 잠실에서 똑같은 이름의 빛치과를 개원했다. 워낙 큰 덩치(162x130) 탓에 그림은 적당한 자리를 못찾았고 대신 방사선실 한 켠에서 볕들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작은 피카소의 애인 마리 텔레스를 모델로 삼아 그렸다고 한다. 여인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거울 속으로 일 부 파고들었지만 어둡고 추한 내면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내긴 역부족이엇던가보다. 


그림에 투영된 현실 가운데 나의 '아니마'가 흑암속에서 부활의 싹을 틔운 건 작년 8월 햇살 가득한 어느 날이었다. 예기치 않게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빛치과안에 작은 공동체 땅빛교회를 개척하며 한 공간 두집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13개월의 시간이 다시 흘렀고 무거운 납덩이로 둘러쌓인 X-레이실 귀퉁에서 덩치 큰 녀석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켜켜히 포개친 채 내면 깊숙히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무의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의식화시키며 삶의 일부로 기꺼이 수용하는데까지 제법 시간이 들어갔던 셈이다. 



오랜 만에 병이 도진 걸까? 집안 가구 재배치하는 취미 말이다. 운동하다 삐끗한 허리 탓이었다. 덕분에 중독으로까지 의심받았던 취미생활을 꾹꾹 누르며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다 오늘 문득 그 병이 재발하고 말았다. 침대와 책장 몇 개를 덜썩거이며 몇시간 공을 들여 거실 구조를 변경한 덕분에 다행히 매달 곳을 찾았다. 흐음 그러고보니 저 그림 속에 내 인생 일부 또한 채색되어 있었구나. 다시 볕이 들었으니 이제 저 녀석은 제일 그럴싸한 공간에 고이 모셔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