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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추모여행 : 광주 518민주묘지, 진도 팽목항, 김해 봉하마을

조슈아하 2016. 5. 2. 16:50

12일 추모여행 : 광주 518민주묘지, 진도 팽목항, 김해 봉하마을

 

기억은 인간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실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현존하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층위가 다양하게 구성된다. 똑같은 사건을 겪어도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사람들이 지닌 고유의 감정과 정서로 기억을 버무리며 제각각 자기 존재를 형성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단지 묻어두고 망각한다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건, 고통, 그리고 그 기억이 구성한 존재의 아픔은 적절한 "애도" 행위를 통해 제대로 된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매김했다. 벌써 2주기를 넘겼다. 그러나 치유는커녕 아직도 적절한 애도의 기회조차 우리 사회가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권력과 미디어가 온갖 구실을 대며 시민들의 애도를 방해한 탓도 있다. 온갖 흑색선전과 왜곡된 거짓 정보가 SNS를 타고 전파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통은 늘 피해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상처 입은 이웃들은 여태까지 치유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회 곳곳에 내팽겨쳐져 있다. 왜 이렇게 무고한 304인의 죽음이 발생했는지 여전히 진실은 모호하기만 하다. 세월호 선체는 미수습자 9명을 품고 여전히 인양되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저마다 기억을 재구성하는 '기림'의 방식이 있지 않은가. 419일 나만의 방식으로 “12일 추모여행을 위해 길을 떠났다. 지난해는 세월호 1주기 한주 전, 412일에 다녀왔다. 일요일 예배를 마친 후 뭔가에 홀린 듯 홀연히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518 민주묘지에 들러 고인들을 참배했던 여정이다. 올해는 봉하마을을 추가해 "광주 518민주묘지 - 진도 팽목항 - 김해 봉하마을" 순으로 일정을 새로 짜며 한 주 늦게 출발했다.

 

 

 

 

첫 행선지로 광주 518 민주묘지로 잡았다. 36주기 518 기념일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늦은 오후 5, 참배객은 나를 포함해 단지 세 사람에 불과했다. 742명의 유공자가 안장된 동산의 먹먹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2주기 한 주를 넘긴 시점에 진도 팽목항을 다시 찾았다. 304명을 집어 삼킨 구슬픈 바다가 자아내는 적막한 기운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이른 새벽에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십자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야속한 바다를 향해 뭔가를 담담히 외치는 듯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십자가였는데. 부슬부슬 비 내리는 검푸른 바닷가에 기울어진 채 매달린 그 십자가를 잊을 수 없다


 


돌아오는 길에 기억의 숲’을 잠시 둘러 보았다. 304개 은행나무에 리본이 매달려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안아보고 싶다.” 이젠 볼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아들을 기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이의 아픔이란...

 

 


올해 처음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고 노무현대통령 묘역은 해마다 평균 70만명 정도 찾고 있단다. 하루 전 문재인 전 대표와 김홍걸 위원장이 다녀갔다는 소식도 접했다.

 

 

 

 

정토원 오르는 길, 작은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부엉이 바위 근처에 걸터앉아 노-문 두 분을 떠올리며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친구를 먼저 보낸 이의 심정이란 어떤 것일까?

 

 

 

 

노무현재단은 노대통령 서거 7주기에 즈음해 사저를 개방한다고 약속했다. 시민 품으로 사저를 돌려주겠다던 대통령 유지를 따라 현재 재단에 기부절차를 진행 중이란 소식이 들린다.


 

 

 

 

이번 여행은 땅빛교회에서 비롯되었다. 세월호 참사 2주년 말씀나눔을 때 인권법학자 박찬운 교수가 소개했던 신원권개념과 반 보벤의 인권보고서를 소개했다. 신원권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한과 고통을 해결하는 권리를 말하며 한국 법체계내에서도 작동되고 있단다.



무엇보다 희생자 및 가족에 대한 완전한 금전적 배상이 실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진료·고용·주택·교육 등의 형태에 의한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비금전적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사실규명을 하고 이를 완전히 공개한다. 둘째, 침해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책임을 인정한다. 셋째,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한다. 넷째, 희생자 및 가족과 증인을 보호한다. 다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애도하고 기념한다. 여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지원하고 이에 필요한 기관을 설치한다. 일곱째, 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사실 신원권은 기억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한다. “학대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여러분도 같은 학대를 받고 있는 심정으로 그들을 기억하십시오(히브리서 133).우리 존재 안에 침전된 사회적 기억을 끄집어내며 교우들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 신원권의 의무자가 되었다.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함께 부르며 인권보고서 내용 그대로 적절한 배상, 사실규명과 공개, 책임인정과 처벌, 희생자 보호와 애도와 기념, 재방 방지 방안이 강구되도록 기도했다.

 

 

 

 

 


이미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매김한 광주 518, 진도 팽목항, 그리고 김해 봉하마을이 트라이앵글로 불현듯 내 삶 한켠

에 둥지를 트고 자리를 잡았다. 4월과 5월 분주함을 피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추모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추모일 전후 12일의 삼각형 여정으로 다녀오는 기림 방식 말이다.

 

 


<추신>

봉하마을 내려오는 길에 기사식당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진도 근처 해남의 한 식당에서 받았던 진수성찬 포스와 완전 딴판이다. 반찬 가짓수가 22가지에서 된장과 새우젓을 포함해도 4개로 급격히 축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