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오브 갓 SON OF GOD
영화 ‘선오브갓’은 단순한 성서교육용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선 오브 갓’은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를 접한 일이 없는 분들이 교회 문턱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만나는 신앙교육용 영화로 여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선오브갓은 두드러진 기승전결 없이 4복음서 특히 요한복음의 플롯을 따라 평면적으로 나열한 스토리를 스크린 위에 옮겼다. 최근 영화 노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포스트모던닉한 인문학적 성찰아래 한 인간으로서 고뇌한 예수의 정체성을 이 영화에서 찾기는 어렵다. 완전한 인간이자 완전한 신인 기독교교리가 묘사하는 예수의 인성과 신성이 21세기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되어야 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영화 ‘선 오브 갓’의 몫은 아니었다. 21세기 고고학, 법의학과 성서비평학의 결과물이 복원시킨 1세기 팔레스틴의 예수상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에게 낯설고 거북스러운 인물일 것이다. 성서가 가리키는 역사적인 예수의 모습을 추정컨대 180센티 장신의 푸른 눈과 노랑머리를 지닌 서구 유럽인은 결코 아니다.
선 오브 갓 스크린에 펼쳐진 예수 이미지의 강렬한 임팩트는 무시할 수 없다. 영화 내내 역사적인 예수를 넘어선 묘사들이 줄을 잇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성서구절이 이미지화되어 던진 메시지의 힘은 실로 엄청났다. 감정에 북받친 관객들의 흐느낌은‘선오브갓’에선 흔한 일이 될 것 같다. 4월 10일 사순절 절정에 오른 이 시점에 영화 ‘선 오브 갓’이 개봉된 헐리우드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기독교인의 주머니를 손쉽게 털어내기 위한 헐리우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선오브갓’영화는 심도 깊은 인문학적 성찰의 반향없이 그저 문자적인 성서의 에피소드에만 충실하기로 마음먹은 종교영화로 보였다. 마가복음에서 흔히 접하는 예수의 거친 인간성을 배제한 대신 처음부터 아니 창세전부터 신으로 선재했던 요한복음의 플롯을 따라갔다. 케리그마로 선포된 예수의 스토리가 단조롭게 나열되어 있는 영화가 바로 ‘선 오브 갓’이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에게는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영화가 되겠지만 진보성향의 기독교인들이나 혹은 비종교인들에겐 그저 지루한 종교영화들 가운데 하나로 인식될 위험성까지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선 오브 갓’영화의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 인물은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하나인 사도요한이다. 세바스찬 냅이 연기한 요한의 나레이션과 더불어 예수의 3년 공생애가 ‘선오브갓’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성서비평학의 시선으로 담아낸 스토리라인은 영화 ‘선 오브 갓’의 몫이 아니었다. 예수 사후 한 세대가 지난 70년 성전파괴 전후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가복음, 80년 전후의 마태복음와 누가복음, 90년대 전후의 요한복음서가 가진 제각각의 특징이 배제된 채로 그저 평이한 스토리들이 스크린 위에서 전개되었다. 보편적인 기독교교리가 묘사하고 있는 완전한 신이자 완전한 인간이란 예수의 정체성과 달리 영화 ‘선오브갓’에는 인간의 옷을 입은 완전한 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많이 투영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멜 깁슨이 연출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신파극적 묘사에서 몹시 불편했던 감정이 되살아나‘선오브갓’에서는 또 다른 차원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성서비평이 가미되어 재구성된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서 한참 벗어나 신화화된 예수의 모습만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마가가 드러내고 있는 완전한 인간으로서 예수가 지닌 심리적 갈등을 접어둔 채로 누가가 드러낸 의연한 예수의 이미지와 요한의 메타포들로 선오브갓의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의 한계로 인해 충분히 넘어가보지 못했던 영역을 훔쳐볼 수 있었던 의외의 소득물이 있었다. 영화 ‘선 오브 갓’의 잔상이 꽤나 오래 계속될 것 같다. 인생 전부를 걸어 올인하며 함께 했던 지도자이며 친구를 잃었던 제자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무엇이 절망을 딛고 제자들을 다시 일어서게 했을까.
생물학적인 부활이든 실존적인 부활이든 2000년 기독교와 교회의 역사가 반증하고 있는 것은 완전한 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내셨던 완전한 인간 예수가 아닌가. 참된 신이 되는 그 길을 걸으며 몸소 삶으로 가르치셨던 참된 예수! 위로부터의 성육신이든 아래로부터의 성육신이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 예수였기에 그를 따르려는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이 오늘까지 끊이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선 오브 갓은 다시 한 번 역사적인 예수의 삶을 현대인에게 상기하게 만들 것이다. 아엠 더 웨이, 더 추루쓰 앤 더 라이프 I am the way, the truth and the life! 큰 울림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마커스 보그의 통찰처첨 이 문장은 3인칭으로 되새길 때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FILM&BOOK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긴 어게인 OST Lost Stars (0) | 2014.10.08 |
---|---|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시저가 남긴 세 명문 (0) | 2014.07.23 |
7월개봉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0) | 2014.07.01 |
타임루프와 에지 오브 투모로우 (0) | 2014.06.07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숙박체험은 특별했다! (0) | 2014.04.04 |